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
다수의 스포일러 포함. 그다지 상관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 부다페스트 시가지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 이스탄불에서 미모의 적과 사랑에 빠진 스파이의 위험한 행보
- 정보부의 중심, 서가에서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서류 탈취 작전
- 호수에서 나체로 체력을 단련하는 은퇴한 스파이
- 굴뚝을 타고 내려온 맹금류와의 사투
- 제어할 수 없는 자동차와 쫓고 쫓기는 아이들
- 달리는 비행기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스파이들의 신경전
- 동료의 눈 앞에서 그의 아내와...
- 영국, 프랑스 국경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이중간첩 색출 작전
- 수용소 재소자 암살 작전

이러고 보면 무슨 007, 해리 포터,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버무려 놓은 거 같은데.
by 비니루 | 2012/01/30 23:05 | ㅇ~ㅎ | 트랙백(3) | 핑백(2) | 덧글(5)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1974년 소설?
은퇴한 스파이를 시켜 영국 정보부 고위층의 소련 이중간첩을 찾아내는 이야기.
오래 위험한 일들을 해 오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초강대국들 사이에서 할 일도 예전 같지 않게 된 늙은 스파이들의 출세욕, 변질된 신념, 추잡한 사생활, 엇나간 우정 등을 엿볼 수 있다.
스파이물이라면 지레 기대할 만한 스릴은 거의 없고, 사는 게 뭐 이런가 싶은 씁쓸하고 비릿한 뒷맛이 남았다.
훌륭한 이야기지만 영화로 만들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릴이나 활극은 손에 꼽을 만큼, 그나마도 미미한 수준이고,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는 과거사를 넘나들며 툭툭 서술되는 데다, 모호하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들도 있다.
그리고 사건이 해결되는 결말임에도 개운한 맛이 없으니.

2011년 영화?
이런 원작을 바탕으로 나온 최선의 영화가 아닐까 한다.
섣부르게 활극을 늘리거나 스릴의 강도를 높이는 대신 우직하게 드라마로 끌고 가는 전략을 택했다.
길럼의 서가 장면이나 결말부의 안전가옥 장면을 좀 더 조이는 느낌으로 만들었다면 '재미있는' 영화 소리를 더 들을 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원작의 지리멸렬한 느낌은 상당 부분 사라졌을 것이다. 용감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어찌 보면 지루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는 - 스마일리의 수사는 호텔에서 서류를 뒤적이는 것 - 이름난 배우들의 호연으로 채워졌다.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많이들 느꼈을 게리 올드만-조지 스마일리의 위화감은 영화 시작하고 몇 장면 안 지나서 사라졌다.
강렬한 감정을 폭발시키는 연기가 유명한 배우인데 어떻게 그 많은 표정들을 다 지웠나 싶어 신기할 정도다.
지친 걸음과 무심한 표정은 노회하여 무력한 스파이 그 자체. 그럼에도 너무 멋지게 보인 점은 조금 아쉽긴 하다.
아마도 책을 읽으며 생각한 조지 스마일리의 가장 큰 특징은 눈에 안 띌 정도로 무개성하면서도 지혜로운 남자라는 건데.
타르와 길럼은 각각 톰 하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다소 어리석은 열혈 요원, 커리어의 갈림길에서 보다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견 요원을 잘 연기해 주었다. 그나마 영화 속에서 가장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 인물이 피터 길럼인 듯.
콜린 퍼스의 빌 헤이든은 오히려 원작에서보다 지질한 향기가 더 강하다. 주변 인물들이 그에 대해 늘어놓는 찬사가 줄었고, 그 자신의 매력이 드러나는 장면은 슬쩍 지나간다...만, 콜린 퍼스가 연기했다는 사실이 그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영국왕도 했었잖아?
퍼시, 토비, 로이는 상대적으로 덜 돋보이지만 각각의 위치에서 모두 훌륭했다. 출세욕 강한 야심가인 퍼시는 토비 존스 캐스팅으로 인해 다소 일그러진 컴플렉스가 잘 드러난 듯하다. 토비 역의 데이빗 덴식은 그저 생존을 위해 충성해 온 남자의 딜레마를 잘 보여 줬고, 로이 역의 키어런 하인즈는 그저 '거기에 있는 남자'였다.
존 허트가 연기한 콘트롤도 그가 이야기하는 소련 이중간첩설이 합리적 의심인지, 노망 섞인 편집증인지 알 수가 없게끔 했고, 마크 스트롱의 짐 프리도는 끝내 좌절된 신념과 우정의 사나이로, 결말에서 가장 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한 명 한 명 정리하다 보니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걸 우리 아버지나 친구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냐 하면, 대답을 망설이게 될 것 같다. 게다가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본다면 어떤 느낌일지, 따라가기 수월한 내용일지도 아리송하고.
말하자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나오는 영화가 아니고, 생각할 거리를 얻어서 나오는 영화랄까.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취향에 맞지 않을지언정 아름답고 우아하게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할 수 있겠다. 대머리 남자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서도...
시대 구분과 인물 묘사를 위해 조지 스마일리의 안경을 바꿔 씌운 이야기도 재미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무래도 스마일리가 카를라와의 대면을 회상하는 데가 아닐까.
다소 연극적으로, 현명하고 용감하게 연출된 장면인데 참 훌륭했다. 아마 이 장면 없었다면 게리 올드만의 후보 지명도 없었을 테지?
원작이 짐 프리도-빌 로치 이야기로 수미쌍관을 이룬다면, 영화는 컨트롤, 조지 스마일리의 은퇴와 복권을 보여 준다. 조금 아쉽지만 한정된 시간에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아니면 속편을 암시한다거나...

p.s. 아무리 효율적인 장치라곤 해도 가족 초청 파티가 정보부 사무실에서 열리는 장면은 잘 납득이 안된다.
하지만 la mer는 매우매우 훌륭했다!
by 비니루 | 2012/01/28 13:40 | ㅇ~ㅎ | 트랙백(2) | 덧글(5)
양파, 쌀밥
최근 여기저기서 몇 번을 보게 된 영상 중에 이런 실험들이 있다.
흰 쌀밥을 두 개의 그릇에 담고 한 쪽에는 칭찬, 감사 등 좋은 말을, 다른 쪽에는 경멸, 혐오 등 나쁜 말을 하는 것.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좋은 말 들은 쌀밥은 하얀 누룩이 되어 고소한 냄새가 났고 나쁜 말 들은 쌀밥은 시꺼먼 곰팡이가 피었다.
양파의 경우는 좋은 말 들은 쪽이 쑥쑥 많이 자랐고, 다른 쪽은 별로 자라지 않았다.
쌀밥 실험에 참여한 아나운서들은 무척 해맑은 얼굴로 쌀밥은 귀도 없는데 어떻게 알아 듣고 이렇게 영향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나도 모르겠다. 쌀에 귀가 있다고 쳐도 걔네를 푹푹 쪄서 거기다 말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인지?
표본의 수도 적고, 다른 변인을 통제하기도 어려운 것 같은데 어떻게 결과는 이상하게 비슷하게 나온다.
(혹시나 다른 양상의 결과를 편집으로 없앤 거라면 그건 정말로 나쁜 거고.)

그러고 나서 실험의 결론으로 제시되는 건, 좋은 말을 하자, 는 건데...
하얀 누룩과 검은 곰팡이는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
혹 쌀밥에게도 입장이 있다면, 사람의 것과 다를 수도 있지 않나?
동일한 양분을 섭취하고 자랐다면 키 작은 양파가 더 실한 것이 아닐까?
나쁜 말이 상대적으로 좀 더 격해서 침이 튀는 등 습도에 변화가 생긴 걸까?
그저 좋은 말 하자는 이야기를 하려고 아까운 쌀밥을 위장 대신 유리병에 넣어야 했나?
일곱 살 아이한테 좋은 말을 쓰자고 얘기하고 싶은데, 왜 그래야 하냐고 물으면 답하기 어려우니까 쌀밥과 양파를 희생하는 건가?
(양파의 경우는 그다지 큰 희생이 아닐 수도 있겠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 되니까 적어도 삼십 분쯤은 앉아 있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건가?
"쌀밥과 양파의 경우를 보니 좋은 말 써야겠더라고요"라고 누가 이야기한다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

그나마 있는 수확이라면, 이래서 이런 실험도 저 바닥에선 가능하구나 하고 좀 이해가 되는 정도랄까.

p.s. 사람들 모인 데서 이 동영상을 볼 경우,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간 사람이 그렇게 부정적으로 살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음.
by 비니루 | 2011/06/27 20:25 | ㅇ~ㅎ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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