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있겠다...) 에디 매닉스는 오너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며 영화 제작에 따르는 자잘한 문제들부터 스타들의 사생활 문제까지 능수능란하게 처리하는, 말하자면 캐피틀 영화사의 해결사. 새벽녘 고해성사로 시작한 여느 때처럼 바쁜 하루, 대작 성서 영화의 주연배우가 납치된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로서 밑밥이 다 깔린 셈인데, 정작 영화는 사건 해결에는 별 관심이 없다. 심지어 주인공 에디도 배우를 찾겠다는 사명감이나 몸값 지불의 고뇌 따위 없고, 그저 정든 직장에서 자기 일을 할 뿐이다. 영화는 하루보다 조금 긴 시간 동안, 50년대 할리우드, 아마도 MGM 영화사에서 만들어졌을 법한 여러 영화들의 제작 현장을 오가며 각 영화들을 그럴싸하게 흉내낸다. 여기서 드러나는 관점이 재미있는 게, 아름다운 싱크로나이즈드 영화에 대한 경의인가 싶다가도 멍청하고 난잡한 배우를 비웃고, 우스꽝스러운 서부 영화를 찍는 순수하고 젊은 영화인을 치켜세우는 듯하다가, 단역 배우들 모두를 고정시켜 둔 엄격한 촬영 현장에선 엉터리 배우와 이상한 데 집착하는 감독의 실랑이가 이어진다. 경이로운 군무 뮤지컬에 찬사를 보내다가도 감독은 파렴치한에 배우는 **이고, 납치된 주연배우는 만사 태평 술꾼에 팔랑귀. 백미는 클라이막스의 잠수함 장면인데 구린 현실이 옛날 영화 형식을 만나 정말 웃기게 마무리된다. 납치됐던 주연배우는 돌아와 제작진 울리는 명연을 펼치 편안하고 유망한 직종으로의 이직 제의를 받고 고민하던 에디는 여전히 확신이 없지만, 캐피틀 영화사에서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영화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코엔 형제의 심술 가득한 연서랄까. 이렇게 사랑스럽게 이죽거리거나 혹은 비웃으며 흐뭇하게 만드는 걸 또 누가 해낼까 싶다. 하나의 사건을 풀어 나가는 맛은 싱겁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코엔 형제의 영화들을 즐겁게 봤던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고 behold! p.s. 캐릭터에 영향을 줬을 실제 인물들 이야기.
다수의 스포일러 포함. 그다지 상관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 부다페스트 시가지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 이스탄불에서 미모의 적과 사랑에 빠진 스파이의 위험한 행보 - 정보부의 중심, 서가에서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서류 탈취 작전 - 호수에서 나체로 체력을 단련하는 은퇴한 스파이 - 굴뚝을 타고 내려온 맹금류와의 사투 - 제어할 수 없는 자동차와 쫓고 쫓기는 아이들 - 달리는 비행기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스파이들의 신경전 - 동료의 눈 앞에서 그의 아내와... - 영국, 프랑스 국경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이중간첩 색출 작전 - 수용소 재소자 암살 작전 이러고 보면 무슨 007, 해리 포터,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버무려 놓은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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